알파고
은퇴한 이세돌 프로가 보드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한때 바둑이라는 세계의 절대 왕좌에 있었던 그가, 단지 수백만 줄의 코드로 이루어진 알파고에게 연이어 패배하며 느꼈을 허무함. 그날, 예술처럼 여기며 쌓아온 그의 바둑 세계는 조용히 무너졌을 것이라 짐작된다.
아마도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한명의 플레이어가 아니라, 새로운 게임의 창조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 AI를 접한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단순한 사용자가 아니라 그 세계를 ‘만드는 자’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에 이르지 않았을까. 이세돌 프로는 자신의 해답을 찾기 위한 하나의 가설을 실험 중인 것처럼 보인다.
2016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이세돌 프로가 느꼈던 허무함과 상실감, 그리고 알 수 없는 불안은, 이제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되었다. 그의 은퇴는 우리가 마주할 미래를 미리 보여 준 하나의 징후였던 셈이다.
세상은 다가올 미래의 조각들을 이미 조금씩 보여주고 있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고, 누군가는 아무런 감흥도 없이 지나치며, 또 어떤 이들은 아직 오지 않은 시간 속의 가능성을 상상하며 묵묵히 준비해 나간다.
커즈와일 박사에 의하면 AGI(추론이 가능한 일반인공지능)의 등장 시기는 2030년대 초반, 대략 5년정도 남은 셈이다. 이후 AGI로 인해 그가 말하는 특이점의 시작은 더욱 가속회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시기다.